Rogan, HarperCollins, 2018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L'Enclume가 별 셋을 받으면서 런던 근교가 아닌 곳에도 별 셋 레스토랑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이전부터 사이먼 로건은 영국을 대표하는, 가장 영국적인 요리사들의 명단에 빠지지 않을 인물이자 외부 투자 없이 시작한 레스토랑으로 별 셋을 거머쥔 요리사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어떻게 사이먼 로건의 요리는 가니에르나 뒤카스 등 프랑스의 거성들을 업고 있는 런던의 레스토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는가? 가정용 레시피로 개량된 그의 요리책 「Rogan」은 그 핵심을 거의 대부분 수록하고 있다. 그는 단지 시골 요리사라는 정체성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과거의 방식대로"를 내세우는 선진국 중심의 식문화의 과거에 대한 동경은 그 자체로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여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느리게 풀을 먹여 키운 소의 젖은 그만큼 값비싸며, 계절의 흐름에 맞는 식재료만 먹겠다는 발상은 도시의 사회인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그럼에도 사이먼 로건은 자신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요리로 풀어낸다. 그의 요리는 그러한 삶의 방식이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한 층 더 끌어내는 방식으로 큰 명성을 얻었고, 그가 레시피를 소개하는 방식을 통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Roganic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닭껍질을 올린 게와 감자와 같은 레시피는 피에르 가니에르로부터 영향을 받은 틀을 벗어난 요리의 즐거움을 엿불 수 있으며, 영국 명이(Ramson)나 스위트시슬리, 홀스래디쉬 등 섬 고유의 식물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서는 영국의 환경에 대한 그의 열정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레스토랑의 재현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닌만큼 실용성은 떨어지지만(특히 영국이라는 환경과 계절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사이먼 로건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먹고 사는 일을 생각하고 만들어나가는지 접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별 셋 셰프와 이렇게 깊은 대화를 나누는데 30파운드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