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쏘 1924 - 흰 피자의 이해
개인적인 기준에서건 본지 운영의 기준에서건 정말 가고싶지 않은 이유로 둘둘 쌓인 곳이었다. 웹상에서는 제품을 제공하는 체험단 후기가 넘실거리고, 양심있는 요리인에게는 가장 멀리해야 할 생활의 달인 출연 사실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가게는 이탈리아인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스스로를 세계 최고로 포장한다. 일정한 수상 실적을 통한 광고야 흔하지만 스스로 어디 최고 언급하는 곳 치고 상태가 건강하기 어려운데,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
이러한 거부감을 극복할 정도로 달 포르노 다음의 피자에 대한 글을 쓸 필요성이 절실했다. 브렛 피자는 이미 여러번 다뤘고, 이외에는 취재의 실익을 보여줄 피자를 찾지 못했다. AVPN 인증을 내세운다면 그 안에서 공회전하며 단지 서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을 뿐 아닌가?
로쏘 1924는 전술한 바와 같이 오기 싫은 이유를 겹겹히 쌓고 있지만 이목을 끄는 좋은 차이점 역시 가지고 있다. 화덕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피자 만드는 모습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공간도 누군가에게는 다가오는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마리나라(KRW 7900)를 필두로 저렴한 가격은 나폴리 피자의 본질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연 이러한 명과 암중 어느 쪽이 더 크게 드러날 것인가? 그 문제는 맛 안에 있으리라.
나폴리에서 유치한 피자이올로의 이름을 딴 시그니처 메뉴 「로사리오」(KRW 17900)는 또 다시 모르타델라와 피스타치오를 이용한 피자였다(이에 대해서는 달 포르노의 게시글을 참조하시라). 가장 고전적인 피자들이 아닌 이 레시피를 시그니처로 내세우는데, 과연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정통이라는 족쇄를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는가?
주방에서 내놓은 해답은 신맛이었다. 바질은 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치즈의 풍성한 지방을 시트러스의 신맛으로 부여잡는다. 적절한 신맛이 도는 흰 치즈와 가락을 제대로 엮었다면 훨씬 흥미진진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그림으로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피자 비앙카를 만든다면 충분히 먹힐만한 아이디어로 보편적인 완성도는 갖췄다. 그러나 그 다음, 단지 피자 비앙카가 아니라 모르타델라와 피스타치오인 이유는 없었다. 충분히 구워지지 않은 채로 흩뿌린 피스타치오는 정말 순수한 의미로 맛이 없었다. 견과의 본질적인 지방맛부터 피스타치오의 개성 어느 쪽도 드러나지 않았다. 콜드 컷의 대명사와도 같은 모르타델라를 거쳐 피스타치오의 맛(flavor)에 다다라 절정에 이르러야 할 레시피가 그 순간 좌절에 휩쓸린다. 기본에서 더 나아간 즐거움이 없다.
나폴리 피자의 아름다움은 흔히 소화가 가능한 부드러움 등 가르침으로 외워 알 수 있지만, 결국 가르침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으로는 모방과 재현에 머무르는 길밖에 남지 않는다. 외려 그것마저도 제대로 끝내기 어려울 것이 명약관화하다. 요리에는 그 이상의 섬세한 요소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comfort food를 내세운다는 점에 있어서 좋은 교육을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좋은 피자로 나아가기 위한 역량은 가르침에 기대서만은 생기지 않는듯 보인다. 전술한 거부감들을 제외한다면 7900원의 마리나라가 있는 곳으로 근방에서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겠지만, 과연 피자의 좋음에 대해서는 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