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면 10배를 읽는다, 그게 글쓰기 윤리다
한국 음식의 승전보가 가열차게 울린다. 민, 관, 경, 언 할것 없이 앞으로 당기고 뒤에서 밀며 노력한 끝에 '뉴욕'에 도착했다. 한식의 성공에 감격함과 동시에 그 뉴욕이라는 도시의 힘이 무섭기도 하다. 지난날에는 일본인들이 그 뉴욕에 그렇게 공을 들였다. 지금도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보여주는 것처럼, 미국을 상징하는 셰프토마스 켈러의 뉴욕 플래그십인 퍼세의 반대편에는 마사 타카야마의 오마카세 레스토랑, 마사가 마주하고 있다.
한국이 뉴욕을 향해 달려가는 만큼 뉴욕도, 세계도 한국을 향해 달려온다. 어느덧 서울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개정판 발행이 매년 익숙한 행사가 되어가며, 미쉐린의 아성에 도전하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지부격 행사도 유치했다. 기세를 몰아 엑스포 개최(비록 실패했으나)에 발맞춰 부산판까지 준비하는 등 이제는 본격적으로 세계의 입을 불러모을 준비가 된 판국이다. 물론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 근교까지 합친다면 거주 인구 2천만을 바라보는 거대도시 서울의 시민들은 막대한 실질소득으로 무장했다. 애초에 치킨집과 카페가 전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을 만큼 먹거리에 대한 경쟁은 치열한 대한민국이다. 고급 식당이라면 지금이 오히려 소강상태일 수도 있다. 그만큼 음식 관련 미디어도 성장한다. 저자가 타자질을 시작할 때에는 찾아볼 글이 없어 글을 썼지만, 지금은 글이 너무나 많아 글을 피하려고 글을 쓴다.
다루는 것이 겹치기 때문에 타자와 마찰하고, 비교되고 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점 하나는 짚고 넘어가자. 같은 것을 다룬다고 같은 글이 아니다. 슬프게도 값비싼 요리며 술이며 하는 것들이 아름답다고 나머지가 똑같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으로 이런 글쓰기와 소비 생활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한 끼에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식당에서 결코 아름다운 풍경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십 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일부 예외도 있지만,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수익화나 명성 드높이기가 어려웠던 시절 이런 상품으로 미디어를 만드는 개인들은 푼돈에 불과한 블로그 수익에 연연치 않았다. 대신 관심과 명성을 찾아 뛰어들었다. 블로그 플랫폼들은 경쟁적으로 파워블로거를 유치했다. 플랫폼을 벗어난 사람들은 커뮤니티로 향했다. 접속하는 것만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꼭 고급 식당에 대한 정보를 열정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의 유머, 루리웹, 심지어는 일베저장소에도 유명 블로거가 있었다. '스키야바시 지로', '스시 사이토'를 검색하다 보면 일베 글을 발견하던 시절이 있었단 말이다. 지금도 검색을 통해 쉽게 그 지존의 카운터에서 일베 인증을 하는 글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자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청담동의 레스토랑에서 전문직을 제외하면 식당에서 마주치기 가장 쉬운 직종 중 하나가 화류계 종사자가 아닐까? 물론 한국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긴자나 기온에서도 장년의 남성과 젊은 접대부의 쌍을 목격한 기억이 한다발이다. 경험의 풍성함이 미식의 기준이라면 그녀들 앞에 한국의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고개를 조아리는게 맞으리라. 물론 그녀들의 삶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전부도 아니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에서 값비싼 식사와 술을 찾는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넘치는 부를 과시하기 위해, 바쁜 일상의 여유를 찾기 위해,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하기 위해... 하지만 그 목적의 전부가 음식의 맛이며, 식문화며 하는 것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관심하다. 더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라는 판단으로 나아갈 생각도 없다. 다만 하나 원하는 게 있다면, 같은 선상에 두지는 마시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내가 생각하는 삶과 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글을 쓴다. 어떤 식당에 대한 평가가 독자의 생각에 비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지의 취재가 가진 한계를 논할 때 다룬 바 있다. 현실적인 한계다. 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데 쓰여있는 정보에 의존한다는 비판도 듣는다. 과학도 글로 배운 입장이라 심술도 나지만, 그것이 남들과 다르다면 다른 길로 이해해 주시라. 글이라고 다 진실은 아니지만 사진은 진실이며, 내 혓바닥은 진실이겠는가? 내가 찾는 것은 진실도 진리도 아니요, 하나 있다면 진솔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