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 Cellars, Submission Cabernet Sauvignon, 2018
와인에도 유행은 있는가? 특정한 라벨, 아니면 특정한 맛의 특질들의 유행은 존재한다. 이유야 뭐 다양할 것이다. "오마카세"는 왜 유행인가 묻는다면 제마다 다른 이유를 대듯이(유행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특정한 와인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순항한다면 순항하는 것일 뿐 이유를 찾아서 뭐하랴.
그러나 유행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식음료계에서 아직은 불쾌하거나 맛없음을 의도적으로 좇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그렇다면 유행은 내게 맛있음이나 기쁨 등을 선사해줄 것이라 믿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다면 유행의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내게 그러한 의심을 심어준 물건이 있다면 바로 이 서브미션이었다. 언제부턴가 유행해서 이마트나 SSG 푸드 마켓의 셀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음료의 유행이라는 것 자체가 생경하기도 하지 않은가? 변화는 있었으되 유행이라고 까지 할 것은 와인 바깥에 그다지 많지 않다. 소주의 도수가 지속적으로 꺾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소주의 유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콜라와 사이다는 영원한 자리를 수성하고 있지만 트렌드에 대한 욕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호품인 커피나 차에서도 맛의 유행을 감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커피 정도에서 유행이 있지만 최광의의 커피로서 십년도 더 전에는 카라멜 마끼아또, 올해 초에는 달고나 커피였던 정도이지 커피의 풍미에 대한 유행이라는게 존재했을까? 이상하리만치 와인에게만 이러한 유행이 존재한다.
과일 잼과 바닐라 익스트랙 따위를 연상케 하는 단맛이 지배적인 가운데 신맛이나 떫은 맛 등 균형의 요소가 극단적으로 부재한다. 가격(정가는 KRW 50000이지만 KRW 25000~KRW 30000의 구매가 보편적이다. 이런 걸 업계 관행이라고 지켜주고 있는 것도 소비자입장에서는 코메디)을 생각하면 쉬는 날 집에서 마시고 뻗을 요량으로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다. 달다고 해서 정말 팔레트의 단맛이 코팅된다기보다는 다른 맛이 없으니까 단 맛의 와인이라고 말하게 되는 느낌인데, 이걸 환상적인 기후가 선사하는 풍미라고 해야할까? 애초에 그런 가치나 의미 부여도 인간의 잣대를 들이미는 이상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른다. 그릴에서는 연기가 솟아오르는 탁자에서 잔을 부딪히며 마실 때에도 어떠한 맛(taste)이 느껴져야 한다면 그럴 때 어울려서였을까. COIVD-19의 시대, 마주앉아 바라보기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그런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