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두퍼 - 하이퍼로컬
픽스의 글에서 강남역 햄버거의 판단 잣대로 쉐이크 쉑을 제시했는데, 슈퍼 두퍼 역시 이를 강하게 의식한 모습이었다. 대놓고 그냥 길 건너편이다. 하지만 강남역을 지나는 몇 차례의 관찰동안 슈퍼 두퍼의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역설적으로 덕분에 취재 대상이 되었다. "줄 서지 않는 식당"이 되었으니까.
두 사람이 반씩 나누면 두 가지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는 비겁한 생각을 내려놓고 일행을 내버려둔 채로 홀로 두 개를 삼켰다. 정면 도전에 대한 경의를 담아서. 그리고 한 입 한 입에서 모기업이 거느린 계열사들을 떠올렸다.
수퍼 두퍼 버거의 설정은 단순하다. 정말 전형 중의 전형인 스매시 패티 햄버거를 내는 가운데 재료의 품질을 강조하는 식이다. 해외에 지점을 내지 않은 것도 지역의 재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바다를 건너니 과연 귤은 탱자가 되었다. 당연히 쇠고기부터 빵까지 본점의 설정을 그대로 계승할 수 없으니 핵심은 대체재 찾기와 그에 따른 미세 조정인데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이기기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빵의 조직은 패티의 가락과 맞춰 적절이 뜯기는 정도이지만 살짝 모자란 패티의 조미 정도에 더불어 빵 역시도 맛이 모자란 편이므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입이 들어차지 않는다. 치즈버거의 경우 스매시 특유의 방식 때문에 패티가 불균형하게 튀어나오는 것은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그렇다면 치즈도 마찬가지로 늘어뜨려 균형을 잡아야 함에도 그러한 디테일은 없었다. 치즈버거 패티의 간을 무엇으로 잡는가와 같은 개념적인 이해 없이 정해진 레시피만 수계하는 경우의 문제이다. 물론 조리사를 탓하자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드넓은 장소와 좋은 접근성, 그리고 한가한 매장 공간을 생각하면 새로운 브랜드니까 새로워야 한다는 기대를 제외하면 그냥 무던히 지나갈 수 있는 한 끼 식사라고 할 수도 있다. 패티의 지져낸 정도는 나쁘지 않고 셰이크도 몇 종류 있다. 셰이크는 같은 값이라면 골목으로 들어가서 픽스의 셰이크를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은 이곳의 재방문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은 셰이크보다도 서비스다. 매장의 미디어월에는 수퍼 두퍼의 핵심 가치는 공동체와 따뜻한 서비스 따위라면서 직원과 즐겁게 대화하며 음식 이야기를 나누라는 인터뷰가 나오는데 그렇게 교육을 받지도, 아니면 팁을 위해 행동할 마음이 있지도 않은 이 가게의 실정에서는 참으로 무색한 말이었다. 매장을 떠날 때 문을 열어줄 정도로 스스로 높은 수준을 설정하려 하지만 정작 매장 내의 직원들은 참으로 지쳐 보였다. 물론 철저한 교육은 없는 웃음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 매장은 딱히 그런 지점을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자린고비처럼 벽 한 켠의 디스플레이에 태평양 건너편의 이야기를 걸어두고 내 밥도 그런 맛이겠거니 하고 먹는다. 그런 점에서 "WTF"이 강조된 놀라운 티셔츠를 입은 근처 가게의 서비스가 더욱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