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ANGO - 둘세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우유로 만드는 차가운 디저트다. 유지방과 유단백이 빚어내는 질감과 맛이 좋은 아이스크림이 내게는 좋은 아이스크림이다. 당연한 소리라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아이스크림은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잊을 때도 있다. 물론 유제품을 쓰지 않는 소르베의 세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특히 추운 계절에는) 차가움 속의 따뜻함마저 느끼게 해주는 아이스크림이 좋은 아이스크림이다.
탕고의 둘체 바닐라는 간만에 좋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억을 하나 더해주었다. 캐러멜에서 입천장의 후각을 자극하는 바닐라로 이어지는 갈색 뉘앙스가 풍성한 지방, 유려한 질감을 타고 다음 한 입을 충동질한다. x tahitensis만을 잔뜩 밀어넣은 화사한 색채의 바닐라가 바닐라의 밝은 매력을 밝힌다면, 탕고의 바닐라는 같은 타히티로 바닐라의 어두운 매력을 들추어낸다. 그렇지만 전형적인 마다가스카르의 우드톤과는 다른 제3의 길. 미국식 아이스크림에서는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솔티드 캐러멜보다도 반 발짝 나아간 만족감이 있다. 사진을 촬영했을 때보다 날씨는 훨씬 매서워졌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생각나는 단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