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ench Laundry, Per Se, Artisan, 2020
새로 나온 책이니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언급은 삼가겠다. 대신 레스토랑, "퍼 세" 이야기를 해보자. 간단하게 말하면 서부에서 프렌치 런드리로 성공한 셰프가 동부에 차린 레스토랑이다. 이름? 토마스 켈러 옹이 새 레스토랑은 "프렌치 런드리 그 자체per se'가 될 거라고 공언한 데서 유래했다.
토마스 켈러의 책은 왜 중요한가.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그의 위치는 곧 프랑스 요리의 위치와도 같다. 그와 장 조지, 다니엘은 가히 이제는 뉴욕의 맛의 일부로서 프랑스 요리의 맛을 녹여낸 인물들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중 토마스의 역할은 역시 고전의 번역가로서 빛난다고들 말한다. 고전적인 프랑스 요리의 맛의 핵심만을 남김으로서, 요리의 외연을 확장하고 맛을 보존한다. 위대한 셰프의 양파 수프 레시피가 단적으로 이러한 퍼 세의 영혼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전통의 반대 방식으로 양파를 세게 볶아서 전통의 양파 수프를 만든다. 토마스 켈러가 요리를 통해 우리의 두뇌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서울에는 그의 제자를 자칭하는 셰프들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안다. 굳이 내가 말을 거들 이유가 있는가. 미쉐린 스타를 단 셰프들의 인터뷰에는 자랑처럼 켈러 그룹의 레스토랑 근무에 대한 언급이 묻어있다. 적당히 찾아보시면 이 책을 굳이 읽을 만큼 충분히 나온다.
파인 다이닝을 직접 운영하거나 관여하지 않는, 집밥 요리사나 외식 취미인들에게 이 책이 왜 필요하냐고? 위대한 요리사들의 쿡북은 단순한 레시피 나열이 아니다. 본래 위대한 요리들은 그 자체를 통해서 요리 안에 담긴 지혜와 감각, 삶이 묻어나는 위대함이 있지만, 모든 순간 모두에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야 당연한 것이 책에서 토마스 켈러도 언급하듯이, 그 스스로부터가 손님들이 주로 기념일을 위해 찾는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요리에 온 정신을 쏟을 수도 없고, 또 요리에 그렇게까지 몰두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해석될 가치가 있을 만큼 위대한 요리사들의 요리는 이런 해석본이 필요하다. 그들의 요리는 먹어치워진 뒤 닦아 없애기에는 배울 점이 많고, 먹어보지 않더라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그들의 글과 말을 통해 기록된다. 물론 돈도 벌겠지만, 나는 이런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이 많은 David Chang과 Roy Choi를 사랑한다) 토마스 켈러의 레스토랑에 가봤다는, 인생에 미쉐린 스타의 갯수를 늘리는 일기장에 기록은 되지 않겠지만, 영원히 남을 수도 있는 식음료 문화, 너머 뉴욕과 욘트빌,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토마스 켈러 그룹 내 셰프들의 삶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뉴욕 복판에서 요리한다는 것은 단지 부호들이 더 자주 찾는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책은 잘 보여준다. 서울에서 요리하는 이들이 서울에 비치는 철저한 무관심을 생각했을 때 이 책은 아주 한국말로 통째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든다. 베이글에 캐비어를 올린 요리가 과연 왜 프랑스 요리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탐낸다면 소장할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