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apolitan Pizza, Doppiavoce, 2015
부제목을 보고 구입하지 않을 식도락가는 없다고 본다. 「… più di una Notizia scientifica sul processo di lavorazione artigianale」. 우리말로 하자면 장인의 제조 과정에 대한 과학적 정보.
「Modernist Pizza」가 이미 예약 흥행의 역사를 쓰고 있어, 아마 상업적인 피자 씬은 MP 이전과 이후로 나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이런 책은 자연스레 잊힐 게 뻔하다. 그러나 그 이전이라고 해서 계속 입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히, 피자 나폴레타나에 대해서는 나폴리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배울게 있지 않겠나?
이 책은 MP나 학술적인 도서들과 같이 경우를 따져가는 책은 아니다. 25유로, 200쪽이 채 안되는 두께는 철저히 실전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피자를 굽고있는 피자이올로를 독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레시피 따위는 없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나 역사도 없다. 단지 이 책은 피자를 세심하게 다룰 뿐이다. 재료부터 조리까지 거의 모든 구성요소들을 두루 다루며, 그 원리를 소개한다. 예컨대 피자 나폴레타나를 상징하는 도구가 무엇인가? "화덕피자"라는 말의 유행처럼, 스테파노 페라라로 대표되는 화덕이다. 화덕 속에서 피자가 익는 과정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접촉부에서 열전도가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멀리 떨어진 장작 타는 곳에서 오는 열, 돔의 달궈진 공기로부터 전달되는 열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을 백여 년도 전에 연구한 결과들을 통해 이해한다. 입구가 열려 있어 완전히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오븐 내부의 열에너지 총량을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변형해 짐작해볼 수 있다. 통상 400도 이상 셋팅을 하고, 책에서는 430도를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거기에 화덕이나 용광로에 쓰이는 벽면의 재질로 인한 계수를 제공하니, 머리속에서 이해된 열역학 법칙이 현실에서 어느정도 오차를 보일지도 대강 짐작이 가능하다. 재료에 있어서 모차렐라 치즈는 어떤가. 유지방이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체온 근처에서 녹는건 우리 모두 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차렐라 치즈의 조직의 온도에 따른 변화를 관찰한다. 65도 가량에서 가장 실 같은 느낌(Stringiness)이 극단적이다. 창작물 등에 표현되는, 말도안되게 늘어나는 치즈는 아니지만 저항하지 않되 유지되는 그 질감을 즐기자면 그 온도를 권할 수 있다. 피자 나폴레타나의 경우 사용하는 치즈의 제법도 규격화되어 있어 이 책이 제시하는 수치를 따라도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레시피의 이유를 이해함으로서 나아갈 수 있다.
단편적인 예시들을 들었는데, 무엇보다 이 책의 진가는 마지막에 모아둔 트러블슈팅 가이드에 있다. 원리에 입각하여 피자의 오류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해가 충실하고, 또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피자를 평론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지식이 여기에 있다. 피자를 비평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숙달하고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는 교과서이다. '맛은 주관적'이라는 인상비평에 질린 사람들에게 적극 권한다. 이 책의 보급이 곧 서울의, 한국의 피자 나폴레타나의 지평을 넓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리라 믿는다. 아, 물론 「MP」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