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블로그의 존재 이유
간만에 아무 주제도 없는 글로 인사를 드린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블로그가 주제다.
각 매체를 새로 쓸 때마다 매체의 사용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렸는데 정작 이 블로그에 대해서는 설명을 한 적이 없어, 원활한 이해를 위해 짧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본 매체의 특성
이 블로그는 아마존 웹 서비스에 호스팅되고 있는 사이트로, 서버 비용은 전적으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본인이 부담한다. 본인 이외에 관여하는 사람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에하나 변동이 있다면(그럴 가능성은 없다만) 미리 알리겠다. 또한 기술적으로 본 사이트를 구성하는 것도 본인 1인이며, 도메인 비용을 포함한 기타 비용도 전부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트래픽이 급증하면 비용의 부담으로 말이 바뀔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사이트를 만든 이유
본 매체는 구글 검색으로 찾기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애초에 그 이외에서는 접근할 수 없다. 기존의 매체에서 직접 제공하고 있는 링크가 거의 유일한 유입 경로이다. 이러한 형태를 구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글
본 사이트는 오로지 글을 적당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일 뿐으로, 트래픽을 증가를 위한 어떠한 요구도 받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의 의도된 불편함으로 가득한 텍스트 공간과 달리 글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이므로 글을 쓰기 좋고 보기 좋다. WYSIWYG에 입각한 웹사이트로 글을 좋아하는 글쓴이를 가능한 왜곡하지 않고 노출하고자 한다.
- 모든 형태의 광고로부터 자유로운 글
본 사이트는 본인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어떠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광고가 없다. 읽는 이에게 여러모로 쾌적하기를 바란다. 광고를 안 본다는 점에서도 쾌적하지만, 광고의 가능성이 없는 글을 제공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본인은 이미 이 사이트의 운영을 통한 적자의 감당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이를 통해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이는 현금성 자산의 발생을 비롯하여 기타 식음료 구매 등에서 받는 특전 등 또한 결단코 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본인이 극단적 경제위기에 몰린다면 아예 사이트를 폐쇄할 것이고,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미리 공지될 것이다.
- 어떠한 형태의 이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글
현재 한국의 식음료업계에는 이해 충돌이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해충돌로부터 자유로운 글을 진정으로 원하므로 직접 쓴다. 본 사이트에 게시되는 모든 글은, 슬프게도 타인에 의해 감독되지는 않으나, 맹세컨대 공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평 위에서 작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공정성은 나의 주관적인 태도가 아닌 객관적인 상황의 배경이 보장한다. 이를테면 친분이 있는 요리사의 식당에 대해 평하면서, 본인이 솔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공정할 수 없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이미 그러한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상황을 통해 주관적 의사가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어떠한 식음료 매체도 이러한 점에서 신뢰성을 담보하기는 커녕, 이해관계가 강하게 얽혀있음을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손님은 셰프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요리사들이 블로거가 되고 블로거가 식당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과시하는 이들은 모두 요식업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다. 굳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이제는 전적으로 이러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글이 필요하다. 고작 식당에 제 값을 주고 계산하는 것 하나로 만족되는게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몇몇 식당의 열정적인 소비자로서 항상 또 다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다시 방문하는 것 이상으로, 식음료 업계와 더 이상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개인적인 사유로 <포 시즌스>와 <힐튼> 등의 호텔 체인과 연관된 바 있으나 현재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외에 신세계조선호텔의 소유주인 이마트의 지분을 무의미한 수준(2주)으로 소유하고 있다. 기념품인데, 원한다면 즉시 처분하겠다. 그 이상의 이해관계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오직 글 뿐인 글
어떤 이들은 이미 불만을 갖겠지만, 필명만으로 여러분을 마주할 것이다. 굳이 인스타 푸디의 관행에 하나 더 얹을 이유는 없는데, 본 블로그는
- 가이드가 아니다. 여행의 목적지를 찾아주는 것 이상으로, 글에는 내용이 있다.
- 본인의 학력 및 경력사항을 기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은 글에 그릇된 편견을 부여한다. 적어도 식음료업계에서는 그렇다. 특정한 직업이나 학교를 나왔다는 정보가 불필요할 정도로 자주 제공되서 나라도 제공 안하련다.
- 오직 요리 뿐인 글
요리를 다루는 무수한 글들이 있으나 정작 요리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논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요리 이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다. 나도 자주 그런 감상을 느낀다만, 다른 형식의 행위에 요리를 빗대는 것은 이해를 도울 때보다는, 다른 형식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펼쳐놓을 뿐이거나, 오히려 이해를 방해한다. 독자들이 다양한 형식의 예술에 대해 다양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이상, 비유는 곧잘 실패한다. 이를테면 <폴 푸아레 이후의 패션의 전개방향과 같은 요리>라고 하면 그게 뭔가.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데 이런 표현을 할 이유가 있나. 20세기 패션 공부한 티를 내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이 사이트에서는 오직 요리와 글, 두 가지가 모든 것을 구성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초기에는 익숙한 다른 예술의 형식을 다루는 글을 병렬하여, 글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자 했으나 지금은 그냥 놓여만 있다. 글에 대한 독자들의 별도의 요구를 인지할 수 있다면 나중에 해볼 수 있겠으나 지금에서는 여러모로 사이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오직 음식에 대해서, 음식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언급이 있을 수 있음에 양해를 구한다.
본 사이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
페란 아드리아는 추후 다시 소개할 사피엔스 프로젝트를 통해 생존행위인 조리cooking, cocinar로부터 인간의 예술행위의 결과인 요리cuisine, cocina를 구별해서 설명하고자 하며, 궁극저긍로는 요리를 하고자 한다. 본인의 글도 정확히 그러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본 사이트에 게시된 글이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생각하고, 의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를 통해서 궁극적인 우리의 질문, "요리란 무엇인가?" "요리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요리할 것인가?" 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얕은 답을 찾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요리를 하나의 현대적인 예술의 다른 형식들과 등치하고, 또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 예술이 여러분의 생각과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가까운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현재 이 사이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