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New Wave, Ten Speed Press, 2018
니혼바시가키가라쵸 스기타의 인터뷰가 있는 책이라면 볼래? 그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저자가 최근 스시에 관한 $100짜리 책을 낸 건 두 번째였다. 아니, 일본 요리면 스시말고는 없는가. 아니, 반대로 일본 요리의 다른 분야에는 많은 환상이 걷혔다. 서구의 가이드북들도 다수 진출한 지가 오랜 세월이 지났으며 일본 요리와 유럽의 요리가 고급 요리에서 본격적으로 교잡한지도 반 세기를 지났으니, 신기하고 귀한 무언가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급 식문화(적어도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는)는 건재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그 벽을 한껏 더 높이고 있다. 신처럼 모셔지는 요리사이지만 종교와는 사뭇 다르다.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종파중에 입교를 거부하는 종교가 있다면, 푸디즘이 아닐까. 서구 곳곳에서 발견되는 서퍼 클럽이나 회원제 공간과는 달리 대중식당을 표방하고 미디어를 가득 메우면서도 손님은 가려 받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는 넓다. 그들은 그들의 식사를 하게 두라. 굳이 또 그렇다고 아주 배격할 일도 없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배격할지언정. 나는 그저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즐거운 한 끼 식사를 찾을 뿐이니. 그렇다면 회원제 레스토랑의 예약을 위해 부탁을 한다거나 회원이 되기 위해 비용을 치른다거나 하는 일은 바보같을 수 있겠지만 서적을 통해 그들의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가능한 이야기다. 적어도 책까지 회원제로 팔지는 않으니까. 몇 개월, 몇 년을 기다려 식사를 할 날만을 고대하는 이들 사이에 끼어서 그들과 기회를 두고 다투느니 책 하나를 두고 이야기하는게 피로도 덜하고 나누기에도 좋다.
그렇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계정을 들여다보는 듯이, 도쿄에서 뜨거운 이닉를 얻는 레스토랑들을 수록하고 있는 일종의 가이드북 노릇을 한다. 독자는 영어를 읽는 서양인들이니, 바다 건너편에서 저자는 자신의 지위(?)를 한껏 누린다. 「니혼바시 가키가라쵸 스기타」를 필두로 「스시야」 등 스시 카운터들을 수록한데 이어 회원제인 「수갈라보」, 예약이 잔뜩 밀린 「Den」이나 「코하쿠」같은 레스토랑을 수록했다.
썩 많은 레스토랑들을 수록했음에도 회원제니 예약곤란이니 희소성에 목을 매단 푸디스트들과 그 덕을 보고 사는 레스토랑의 바다와도 같은 도쿄의 전부를 논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본 서적은 무수한 가이드들과 어떻게 다른가. 가이드북의 역할을 넘어서 저자가 도전하는 부분은 제목에 있다. 도쿄에서 인기를 얻는 레스토랑들을 면면이 살펴, 현재 일본의 식문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많은 요리사들에게 "왜 요리하는가?"라고 묻는다. 어떤 요리사는 자신을 위해 요리한다고 말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라고 하는 이도 있으며, 정 반대편에서 TV 드라마에서 멋있어보이는 일이라서 시작했다고 말하는 요리사도 있다. 배경도 다양하다. 저자가 직접적으로 특정 셰프나 레스토랑의 영향에 대해 질문할 만큼 커리어가 돋보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스시집의 파트타임 알바로 시작한 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영업으로 시작한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요리사도 있다. "일본인으로 살아가는건 무슨 의미인가"같은 질문은 참으로 서양 사람이라서 하는 질문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도쿄의 일본인이라는 묶음 속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다르게 요리하고, 또 다른 것을 먹으며 자신을 그려낸다. 그러나 도쿄라는 환경, 도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배경이 도쿄 요리라는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닐까. 세계화의 시대에 여느 대도시나 풍경은 비슷해져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의 삶을 진실하게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면 셰프의 칭호가 아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을 책이 잘 살피고 있는가? 하면 그렇게까지 막 다시 볼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고 나면 각 요리사들이 레스토랑을 통해 뭘 하고 싶은지 조금 더 다가간 기분이라는 정도일까. 그럼에도 도쿄의 레스토랑이 한국인들에게 가지는 위엄을 생각하면 남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 그렇게 숭배받는 요리사들인데 설마 그들의 요리의 스토리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면 너무하지 않은가? 한 명의 삶의 결과물의 총체가 "맛있다"로 줄어들 때 참 슬프다. 맛있는 요리, 좋은 요리사를 위해 맛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취향으로 미룰 수 없는 요리사들의 삶의 궤적이 있다.
- 생각건대 도쿄 뉴 웨이브로 부를만한 요리의 공통된 특징을 하나 말하자면 카운터 방식의 영업과 가려 받는 예약 방식, 그리고 인플루언서 상대의 후한 대접은 아닌가? 인스타그램 시대의 요리사들은 삶의 일부분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환상을 만드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데, 도쿄는 그러한 사업의 꼭짓점만 같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아름다운 요리를 내건 다 거짓말처럼 보이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