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젠 - 鰻旬冬
나는 우나동을 좋아한다. 이런 글도 썼으니까. 하지만 도쿄 밖에서는 이 요리를 찾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간토식의 쪄낸 장어를 사용하는 것이니까. 간토를 벗어나면 장어를 잡고 굽는 과정으로 완성되는 형식의 카바야키가 주류다. 아예 가스불이나 숯불에 올려놓고 먹기도 하는 우리로서는 그 식감이 더 익숙하기야 하겠지만, 순식간에 녹아드는 지방의 쾌감은 간토식에 더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요새는 그렇기에 오히려 간사이식에 도전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개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졌던 곳이 이 우나젠이다. 후쿠오카라는 갈 일 없는 곳에 있는 점보다도 가게 앞에 붙여둔 작은 문구가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장어의 제철은 겨울이다." 그렇게 우리는 찬바람 불때의 장어를 찾아 후쿠오카로 향했다.
시라야키는 본래 주문하지 않으려다가 충동적으로 주문했는데, 과연 거짓말을 붙여놓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일본의 양식 장어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상품을 구하자면 구할 수 있지만, 수온이 내려가는 10월경부터는 동면을 위해 지방이 오른 천연 장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장어 시장은 한층 더 치열해진다. 우나젠은 천연과 양식을 특정하지 않고 사입하고 있어(물어보면 알려준다) 여러분께서도 방문하신다면 그날의 운에 달리는 주제가 되므로 양식과 천연을 따지는 내용은 다루지 않겠다. 그래도 말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고른 장어와 신경을 곤두세워 만들어낸 구이의 호흡이 절품이라 부르기 모자란 점이 없다는 것. 껍질이 있는 부분에서는 기름이 베어나오는 쾌감이, 살갖 부분에서는 탄의 그윽함과 약간 올린 양념의 화사함이 맞물려온다.
아무래도 술은 근방의 것을.
시라야키를 두 사람이 넉넉하게 나눠먹은 실정이었으므로 처음에 기대했던 우나동에서는 과연 그 기대가 식었으리라 생각했다. 장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느낌이 왔고 공복감도 해소한 차이니까. 하지만 네모난 뚜껑을 열고 달리 말할 수 없이 경탄했다. 보퀴즈의 순간. 위대한 완모노가 가진 그런 발향을 커다란 도시락에서 찰나라도 느꼈다는 생각이 자리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그릇에 다가가게 되고 만다. 술로 단맛을 잡은 느낌의 소스는 주장이 강하지 않은 대신 굽기로 강하게 개성을 주는 느낌으로 껍질 부분은 다소 바싹하게 구워졌음에도 황홀한 느낌을 준다. 두터운 지방의 장어를 강약이 있게 굽는다. 섬세한 곳은 섬세하게, 강단 있는 곳은 강단 있게. 칼등이 없이 양날을 모두 벼린 검 같은 인상이다.
빵 사이에 속을 끼운 형태의 빵 요리처럼 곁들임을 올린 채로 등장하는 덮밥은 근본적으로 편의를 위한 설정이다. 하지만 밥이 젖어든다는 점을 절묘하게 찔러내는 우나동의 문법은 일상 속 위대한 지혜를 드러내는데, 유독 밥을 얇게 펴서 깔아내는 이곳의 스타일은 탈일상적인 일상 음식의 가능성을 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