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 - 2024년 봄

이전 글을 쓴 이후로 CYCLE을 다시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 나는 마우로 콜레그레코의 요리를 좋아한다. 둘, 파리에서 망통에 가는 것보다 서울에서 도쿄를 가는 것이 더 쉽다.

게다가 스타일상 계절감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요리를 하는 만큼 추운 계절과 큰 대비를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이는 후에 보듯 적중했다.

방문 전에

CYCLE의 예약은 전화, 이메일, 웹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며 별도의 확인 절차는 없다.

요리

지난 번에는 밤을 사용한 휘낭시에가 나왔다면 이번엔 양파를 카늘레로 구워냈는데, 양파와 경성 치즈를 이용한 카늘레는 황당하리만치 카늘레를 닮아있었다. 약간의 다공질인 속과 단단하며 달콤한 겉이 완전한 카늘레인데 향으로는 볶은 양파, 작은 양파 스프를 떠올리게 우스우면서도 신묘한 경험이었다. 이후로 호박꽃의 튀김 - 발효한 고등어 타르트 - 풋콩

히비스커스와 관자, 순무로 이루어진 이 요리에서는 화사한 꽃향 뒤에 탄닌 느낌의 떫은맛이 대비를 이루고 있어 놀라움을 선사했다. 관자의 단맛과 히비스커스의 조화가 핵심이 되고 그를 어우르고 있는 부재료들이 그것을 주목하게 만드는 구조로 주제의식과 실행 모두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약한 불에 오래 구운 이와테현 굴과 파 크림, 알알이 올라간 것은 메밀으로 말려 보관했던 것을 덖어낸다. 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림을 넉넉히 덮었는데 먹어보고 그 이유를 실감했다. 달콤하게 그을린 향 다음에는 굴의 엄청난 생명력이 몰려들어와서, 피니시가 강한 메밀이 따라붙어야 간신히 받아들 정도였다.

평평한 맛의 닭 무슬린을 채워낸 모렐은 제철을 맞은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씹을 때마다 대지의 힘이 올라오는 좋은 재료를 전형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는데, 그 아래의 스프에는 더 강렬한 생명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섬세하고 약한 맛에서 선이 굵고 진한 맛으로 이어지되 자연스러운 그 흐름이 기술이 경지에 도달했음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메도우스위트(Reine-des-prés)로 향을 낸 소스와 죽순, 산초와 눈볼대로 역시 계절감을 노렸는데 누에콩만큼은 사족이었다. 어떻게 보면 많은

하이라이트가 되어줄 재료는 아이치의 스페셜티 오리 브랜드인 에가모(恵鴨), 로지에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는데 자르기 전에 한번 오래 익힌 뒤 마지막에 겉껍질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방식을 쓴다. 잘 기른 오리를 먹는 쾌감이 좋은데 반해 지방에 저항할 소스의 대비는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베리의 탑노트는 화사하지만 따라오는 강렬한 신맛이 오리가 가진 역치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서는 정도였다. 결국 탐닉하는 것은 무엇인가? 맞서는 서사에서 주인공은 둘일 수 없다. 다만 오른쪽의 잡곡으로 만든 리조또는 절품이었다. 오리 쥬에 졸인 느낌인데 이것만큼은 저 소스에도 맞설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좋은 재료라고 해도 본질적인 성격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푸아 그라의 문법을 재치있게 활용했지만, 결국 거대한 지방 덩어리와 살코기를 같은 것으로 치환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양젖 크림과 잣을 섞어낸 프리 디저트에서는 접시의 힘이 돋보였다. 주변을 전부 꽃이 핀 타임으로 둘러냈는데 타임의 향이 혓바닥마저 속이는 듯, 먹지 않을 요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파괴적인 아이디어.

다만 이 디저트의 사프란은 전반적으로 좋은 균형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전형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이 합리성에 앞서는 느낌이었다.


총평: 시클에서 미야모토 유헤이가 뽐내는 재료의 부가를 통한 '한 걸음 더'는 성공할 때는 크게 성공하지만, 일단 넣어야 한다는 전제가 앞서는 느낌의 요리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여전히 주제의식이 좋고, 몇몇 실행은 파괴적인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기대를 만족한다. 점심이었던 만큼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요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웠을 뿐. 도회지를 잊게 만드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공간은 그 요리를 더욱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