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aines Shlumberger, Gewurztraminer "Les Princes Abbés" 2016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유럽의 중세, 근대적 역사를 알고 보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품종이다. 현재는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영토로 어떠한 의문도 제기되지 않는, 범 독일어권 문화권인 알자스와 티롤 지방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품종은 그 이름만 보아도 복잡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gewürz라는 독일어의 표현이 Traminer라는 품종 앞에 붙었으나 불어권에서 움라우트를 사용하지 않아 움라우트가 탈락한 것이다. Traminer라는 이름도 쥐트티롤(南티롤)의 마을 이름인 Tramin에서 따왔다. 그곳에서 발견된 변종이니까-트라미너인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일반 트라미너와 구분도리 정도의, 아로마틱한 트라미너 변종이 발견된 곳은 독일의 팔츠 선제후령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알자스 와인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왜 독일에서나 볼 수 있는 플루트 모양인지, 왜 이런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지.
2만 원 정도로 썩 저렴한 축에 드는 와인이지만 게뷔르츠트라미너라는 품종이 가진, 그리고 왜 그런 산골짜기에서나 키웠는지 하는 특징들을 잘 느낄 수 있다. 과일의 쨈과 같은 농축된 단맛이 있으며 굉장히 무겁다(full-bodied). 잘 익은 리치 등의 열대과일 등이 떠오르는 진하고 달콤한 향기는 혀에서도 이어지며, 망고나 파인애플과 같은 과실향 끝에서는 -게뷔르츠-라는 이름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스트의 잔해와 함께 보낸 시간 덕인지 끝도 잘 다듬어져 여운은 건조하게 끊긴다. 당량이 상당하므로 750ml라는 양은 부담스럽지만 나누어 식사에 맞추어 내기에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