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Travel:An Irreverent Guide, HarperCollins, 2021
앤서니 부댕만큼 같은 세상을 두고도 많은 것을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책의 홍보 문구가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다. 고전을 주로 독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신작을 놓칠 수가 있는가. 세상에 전쟁이 일어나도 책 읽은 시간은 있고, 이건 나를 그런 전쟁통으로 몰아넣는 책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셰프 토니가 쓴 여행책을, 여행하기 가장 어려운 시대에 읽는다라니 참으로 모순적이다. 그러나 책을 술술 넘기다 보면 여행과 삶에 대한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그렇게 대단한 가이드북을 자처하지 않는다. 토니가 생전 많은 소중한 사람들과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어떤 것을 겪고, 어떤 것을 맛보았는지 소개하는 일종의 에세이북이다. 그러나 망인의 번뜩이는 시각은 각 문화권들의 핵심부를 콕콕 찌른다.
「키친 컨피덴셜」의 저자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일견 당연하게도 그는 전세계를 다니며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물론 그런 곳들을 자주 들렀을 테고, 단지 이 책에 기록하지 않았겠지만, 바로 그렇게 기록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 듣고 보고 또 기록하며 이야기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 책에는 서울에 방문한 이야기도 실려있고, 그가 한국에 와서는 김치를 담그고 콩 공장-간장이었을까 두부였을까?-과 숯 공장에서 "3초 삼겹살"을 먹고 DMZ에서 분단의 아픔을 목도한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방송 제작자인 Nari Kye씨와 함께 「No Reservations」 시즌 2 에피소드를 촬영할 겸사겸사였는데, 그런 여행에서 가야 할 곳들이 어디인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이 토니의 뜻대로 되지는 않아서,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의 "회식 문화"를 배운 것을 기록하고 있다. 1차는 저녁, 2차는 대포집, 3차는..노래방..... 토니가 「준코」에서 노래를 불렀다면 준코 라면도 먹었을까.
유독 일본에서만 「스키야바시 지로」같은 곳을 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추구했던 삶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좋은 생각이 가득하다. 여행 경험이 풍성한 독자라면 토니의 여정을 천천히 따라가보며 나는 어떤 여행을 해왔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중국이나 프랑스같이 맛이 큰 나라들일수록 여러 지역을 나누어 소개하는데, 이러한 요리 세계의 깊이를 배우고 존중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단적으로 상하이에서 그는 샤오롱바오의 고전을 소개하지만 진지한 식도락가라면 쯔란 양고기孜然排骨를 먹어보아야 한다고 권하며, 시추안 요리로는 마파두부와 훠궈를 빼먹지 않는다. 하지만 토니는 헨리 키신저가 아닌 만큼 북경 오리는 그의 책에 (당연하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