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 Cantonese Nihonbashi Takase - 2023년 겨울
칸톤 요리의 무수한 매력 중 하나가 있다면 뚜렷한 모국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프랑스 요리의 기준이 되는 리옹이나 파리, 한국 요리의 기준이 되는 서울-사실 이외의 모든 한국적인 것의 기준이기도 하다-과 같이 주로 부유층의 요리 문화가 대도시 위주로 발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광둥성에서 가장 큰 도시인 상하이는 물론 칸톤 요리가 꽃피운 홍콩이나 싱가포르도 어느 한 곳이 다른 곳을 제치고 종가의 위치에 올라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큰 틀에서 조리법이나 재료, 사상을 공유하면서도 같아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칸톤 요리 세계의 특징으로, 넓은 세계관은 곧 요리사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켄이치 타카세(高瀬健一)는 도쿄 만다린 오리엔탈의 현지인 주방장으로 입지를 다진 인물로 중화의 시각에서 보면 철저한 외부인이다. 그렇지만 20세기 중후반부터 중국 출신 요리사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로 칸톤 요리에 있어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에서 만다린 오리엔탈을 이끌고 1스타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칸톤 요리로 입지를 다졌으니, 참으로 특이한 변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방문 전에
Ino Cantonese 니혼바시 타카세(이하 "니혼바시 타카세" 또는 "타카세")의 예약은 전화, 서드 파티 웹사이트(omakase.in 및 TableCheck)로 가능하다. 별도의 예약 확인 전화는 없다.
요리
니혼바시 타카세의 요리는 2개월 주기로 변경된다.
첫 요리로 방어와 무(鰤大根)에 이어 노골적인 자완무시까지 등장해 형식상으로 타카세가 지향하는 바는 뚜렷이 드러난다. 그렇지만 맛에 있어서 쿄요리를 단순히 모방한다는 느낌은 아니며, 오히려 쿄요리와 비슷한 그림 속에서 차이를 감지할 때 즐거움이 드러나는 식이다. 새우 머리를 끓여낸 스프를 굳힌 자완무시는 뉘앙스에 한해 비스큐의 흔적을 떠올리게 하며, 방어 역시도 과연 즐거움은 살갗 사이로 씹히는 견과류의 짙은 향이 새어나올 때 커진다.
형식의 노골적인 유희는 순무 케이크가 등장할 때까지 이어지는데,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든 XO장이 한 번 큰 충격을 주었다. 풍성한 건패류의 향이 분명한 XO의 뉘앙스를 풍기지만 완전히 저자극으로 재편성하여 사뭇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했다. 본래 XO장이 가열한 음식에 더해 극소량으로도 강한 감칠맛과 짙은 향을 연출한다면 타카세의 XO는 몇 번 씹어도 좋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그 자체가 옅지는 않아서 자꾸 씹게 되는데, 낮은 온도에 튀긴 전복과 적당한 두께의 순무 케이크가 그 호흡과 썩 어울린다. 정작 아래의 내장 소스는 형식에 얽매여 있으니 과연 그는 중화 요리사라는 생각도 든다.
화퇴와 닭을 비롯해 극단적으로 적은 종류의 재료만을 사용해 내는 샹탕은 분명 이 레스토랑을 상징하는 요리이지만 샹탕이 아닌 샥스핀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사실 나는 고민했다. 현대 광동 요리와 달리 명-청대부터 이어져온 제국의 요리로 형식의 전형성이 지나치게 굳어져 요리사의 무언가를 볼 기회가 많지도 않거니와 샥스핀의 생산 방식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참치잡이 배를 타면 끊임없이 낚여 들어오는 상어의 지느러미만 자른다는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들었고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그래도 기왕 먹기로 결정했다면 재료의 한 끝자락도 낭비가 없도록 진심을 다해야 한다. 먼저 샥스핀 자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생각해본다. 여러분은 이 지느러미에도 상세한 등급 분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샥스핀은 본래 형태는 물론 색 등으로 상세히 가치가 나뉜다. 그러나 조리 과정에서는 정작 특유의 불쾌한 취를 없애고 샹탕의 맛을 그려내는 것이 핵심으로 스프에서 역할이라면 젤라틴을 통한 점도와 적지만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flavor)의 특징 정도이다. 無味 타령하는 일본의 취향과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타카세의 샹탕 스프는 샥스핀이라는 재료에 대한 불쾌한 욕구를 제외하면 자신을 선보이는 스프로서 거의 전부를 보여주고 있으니 값어치를 다했다. 앞선 요리들이 지나치게 일본의 형식은 물론 특유의 거리 감각, 당장 요리가 주는 쾌락보다 재료의 상태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위선의 흐름을 타다가 샹탕에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화퇴가 주는 강한 짠맛과 감칠맛, 지방과 젤라틴으로 잡아낸 점도와 온도까지 다시 한 입 빨아들이게 만드는 적절한 위치 위에 있다. 물론 이런 감각이 굳이 이런 형식으로만 얻어낼 수 있느냐고 하겠냐면 전혀 그렇지 않지만, 샹탕과 소흥주로 쾌락에 쾌락, 단맛에 짠맛, 감칠맛에 감칠맛을 덮는 순간의 감정만큼은 진실이다.
이후로 이어지는 웍 연타는 일본의 재료에 칸톤의 조미 방식이라는 노선을 이어가는데, 형식까지 쿄요리를 따르는 대신 웍 프라이로 다소 가볍게 처리한다. 인상이 남은 것은 피시 소스로 마무리한 가이란으로 가지고 있는 섬유질의 신선함이나 향도 훌륭했지만 피시 소스와 다진고기의 강한 짠맛과 가이란의 청량함이 순간 교차하는데 샹탕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칸톤 요리가 가진 투박한 매력을 살려냈다는 점을 높이 사며, 이러한 요리가 짧은 간격을 두고 선보여진다는 점에서 요리사가 마음에 드는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부르고뉴와 와규가 연출하는 피날레에 와서는 맥을 추리지 못하고 무너지는데 조리가 무너진다기 보다는 결국 끊어내지 못한 쿄요리와의 질긴 악연 때문이다. 스프의 상태는 썩 당기는 맛이 있지만 점도가 낮고 단백질 역시 조미가 약해 여운을 길게 가져가지 못하고, 중국의 향신료만이 빛난다.
종류를 고를 수 있는 식사는 결국 배를 불려 보내야 하는 식당의 운명에 따른 것인데 그럼에도 달걀의 고소한 맛이 눈에 띄게 훌륭하고, 웍 솜씨에 큰 흠이 없다는 점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해준다.
디저트는 제과 주방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 동아시아 주방 전반의 문제의 연장선 상에 있는데 그럼에도 과육을 이용해 가능한 내에서 다양한 질감을 쌓으려 노력한 티는 엿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제과가 가진 풍성한 레퍼런스를 감안했을 때 이보다 나은 형태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
총평: 니혼바시 타카세는 칸톤 요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좋게 말하면 재료의 특색이 돋보이는, 나쁘게 말하면 조리로 인한 변화를 의도적으로 반 발짝 뒤에서 멈추는 방식으로 요리를 완성한다.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단품과 2개월마다 변경되는 코스 사이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조리의 섬세함이나 정교함 뿐 아니라 바라보는 방향까지 포함된다는 점은 다소 당혹스럽다. 물론 대표 단품 중 한 가지만 맛을 보았을 뿐이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그림은 선명하다. 장소가 일본이므로 일본의 가치체계를 수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외부인의 입장에서 과연 그것이 정서적 가치를 배제하고서도 그 광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뿌리는 다르지만 결국 가이세키를 인용하는 사젠카의 예를 들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러한 시도가 일본 바깥에서도 유의미할 수 있을까? 칸톤 요리는 바다를 건널 수 있을 때 가장 밝게 빛나는데 타카세의 가벼운 맛은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서비스: 서비스 전담 인력을 충분히 가져가지 않는 아슬아슬한 카운터 서비스.
가격: 음료 포함 저녁 기준 인당 JPY 30,000 정도가 적당하다.
음료: 주요 품종의 경우 잘 알려진 생산자 위주이나 부르고뉴와 보르도만 벗어나도 다양한 색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다. 짝짓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