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Bar Long - 역수출 믹솔로지
래플스 파리는 원래라면 갈 일이 없는 곳이다. 이쪽 호텔에서 등급을 관리하고 있지도 않고, 파리에는 싱가포르의 래플스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오직 하나, 홍대 출신으로 청담동(앨리스), 호텔(찰스 H.)을 거쳐 파리의 5성 호텔 헤드 바텐더가 된 윤태은 바텐더의 음료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틀 동안 이곳을 찾았지만 결국 그를 보지는 못했고, 대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를 탐닉하는 것에 만족했다.
개인적으로 흔히 바라는 서사의 기대가 있었다, 바와 스피리츠 영역에서는 중국계 대도시는 물론 마닐라나 쿠알라 룸프르보다도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출신이 파리에 한 수 가르쳐주는 위대한 장면을.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그니처 중에서 브라운 스피릿을 쓰는 종류 둘, 맥캘란을 주인공으로 하는 앤젤스 셰어, 럼을 주인공으로 하는 슈가 힐을 지난 뒤 이곳을 방문할 때 가지고 있던 열정은 떨어져 버렸다. 취재도 좋지만 한 잔에 30유로라는, 가볍다면 가벼운 금액과 개인적인 만족에 대한 고민이 나를 다음 잔으로부터 막아섰다. 분명 나쁘지 않은 밸런스, 믹솔로지 칵테일에서 바라는 전형적인 만족도가 있는 칵테일이었다. 향이나 맛을 덧대는 믹솔로지의 방식은 충분한 장비를 갖춘 곳이라면 이제 만나기 어렵지 않은 스타일이다. 기주가 드러나는 균형이 좋지만 반대로 거기서 그친다. 멀지 않은 길을 복잡하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 싱가포르 슬링이나 마티니까지 해치우고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맨정신으로 방돔 광장을 배회하고 말았다.
호텔과 바, 칵테일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현대적인 호스피탈리티의 상징이다. 증류주를 주로 마시며 떠들어대는 이 비좁은 공간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거슬러간다는 억지스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적이고 격식 없는 것이었지만 이들이 제2차 세계 대전 이전 시기 전세계를 누비는 동안 바는 새로운 현대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칵테일과 바는 때로는 문학과 지성을, 또 때로는 여행과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장소이고, 소재가 되었다. 김렛과 챈들러, 베스퍼와 플레밍... 오늘날에는 어떤 호텔 바에서 마신 칵테일을 다른 곳에서는 주문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종류는 많아졌지만 과연 기억과 역사에 남는 것도 많아질까. 나는 그가 그런 기적을 일으키기를 바라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다.
- 그래도 나는 그를 응원한다. 이탈리아인 바텐더가 있다고 해서 캄파리 소다를 내세울 필요가 없듯이 한국인 바텐더라고 해서 한국을 떠올리게 만드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