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ingut Gunderloch, Fritz, Rheinhessen 2017
미국 잡지로부터 주목을 받아 라인헤센에서 가장 유명한 생산자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잡게 된 바인굿 군터록의 가장 편한 화이트. 재수 좋은 기회로 KRW 20000즈음에 잡았으니 행운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그 와인만큼 유명한 메이커인 "프리츠" 하셀바흐의 이름을 딴, 아들 요하네스가 양조한 물건으로 스크류캡과 경쾌한 글꼴, 녹색의 배치까지 접근성으로 중무장했다.
100% 리슬링, 당도가 상당히 절제된 가운데 과분한 일조량이 풍성한 신맛을 피워낸다. 백도가 떠오르는 과실향을 곧 뚜렷한 신맛이 지배한다. 그러나 향에 있어 리몬첼로같은게 떠오르는 것은 아니고, 또 불쾌하게 균형이 나쁘지도 않다. 제 역할에 맞게 배치한다면 훌륭하게 즐길 수 있으며, 점판암 토양에서 오는 미네랄로 표현되는 독일 리슬링 특유의 개성도 남부럽지 않게 갖췄다.
흔히 동아시아 요리에는 곡물을 원료로 한 술을 맞추어 내는 일이 잦다. 중국술도 수수 낱알을 통해 얻고 일본술은 쌀이다. 우리술도 곡물을 증류한 것이 대세이고 다른 것들이 가향하는 방식이 흔하다. 곡물을 통해 얻기 힘든 게 이런 신맛이 아닐까. 하지만 신맛은 현대 한국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요리들과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요리가 충분히 달고 또 향신료를 쓰는 경우 트로켄, 할브트로켄으로 표기되는 독일 와인은 좋은 짝이 되어준다.
좋은 신맛은 식사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지만 올바르게 골라야 한다. 원하지 않은 미생물 오염 등의 부패도 신맛을 내며, 초산 발효가 일어나서 생기는 식초의 신맛도 있다. 이런 신맛은 적어도 술잔에서는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신맛때문에 신맛을 꺼려서도 곤란하다. 많은 대중식당에서 흔히 접하는 경우가 신맛의 부재다. 적재적소에 사용한 신맛은 경험에 분명히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긴 식사에서는 필수에 가깝다. 그러나 신맛을 실패나 불행으로 기억하고 있거나,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온라인상에는 보이지 않는데 음식을 맛보는 공간에서는 예외 없이 신맛을 단속하러 다니는 객들의 목소리가 있다. 신 맛을 위하여. 하지만 여전히 이런 와인은 대형 마트에는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