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 Chocolatier 畬室 - 대만의 초콜릿
어느 나라의 재료를 써야만 그 나라의 맛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고, 그 나라의 전통 요리만이 그 나라의 요리라고 여겨지던 시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드라마의 흥행에 힘입어 시작된, 왕과 귀족들의 식탁으로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은 아직도 흩어지지 않고 서울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 파리에서 그 누구도 나폴레옹의 입맛을 찾지 않고 도쿄 한 가운데 궁내청의 요리사가 더 이상 일본 서양 요리에 혁신을 가져오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그 덧없는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그 속에서 정 반대의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나는 그 만남을 기쁘게 기록한다. 바로 타이페이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초콜릿 가게에서의 이야기다.
남쪽 섬나라에 속하는 만큼 초콜릿과 친할 것 같은(베트남 정도만 내려가도 커버춰가 나온다) 환경이지만 대만의 카카오 재배는 중화민국 시대 이후에나 시작되어 재배 면적부터 품질이나 활용도 면에서도 이제 시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초콜릿을 먹는 문화에 있어서는 여느 지역에 비해 특별할 게 없다. 그렇지만 이곳에만 있는 맛이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시겠는가? 유 쇼콜라티에는 그런 초콜릿의 경험을 제공한다.
몇 종류의 케이크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전부 초콜릿이며, 쇼케이스의 반대편에는 그만큼의 다양한 증류주와 와인이 선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초콜릿과 술, 그리고 대만인의 취향. 전자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전 세계 여느 곳-서울 포함-에도 유사한 것들이 있지만 유 쇼콜라티에는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린다.
솔직하게 말해 무수히 많은 가공식품들이 사람들의 술에 대한 애착을 빌미로 삼아 질 낮은 물건을 아무튼 좋은 것으로 만들려 시도한다. 질감이 엉망인 위스키맛 아이스크림이나 본질과 지나치게 거리가 떨어진, 하지만 술병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는 바바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기호품의 영역에서 위스키는 마치 약속된 승리의 보증수표 - 그리고 저렴한 위스키를 사용한 약속된 원가절감의 거짓 증표 -처럼 기능하지만 술을 사용한 것이 유익했다고 느껴지는 요리는 차라리 코냑으로 플람베한 고기 요리의 소스에서 더욱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유'의 초콜릿 케이크는 나의 부정적 통념에 도전하고 있었다. 상단의 초콜릿이 가진 전형적인 단맛에서 시작해 중단에서 하단의 피트향으로 빠르게 이어지는데, 초콜릿 케이크의 본연의 역할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라가불린이 가져오는 쾌락을 충분히 전달한다. 풍성한 피트, 약간의 화사한 뉘앙스.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는 점도 있는 질감.
결국 나중에 이 가게에 또 들러 술을 정면으로 내세우지 않는 케이크에도 도전하게 되었는데, 오른편의 초콜릿 타르트의 설정이 재미있다. 이날은 기본 타르트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5가지의 서로 다른 초콜릿 타르트가 준비되는 방식으로, 초콜릿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돋보인다. 무스케이크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정도로, 쓴맛이 압도하기 직전 수준에서 멈춘 글레이즈부터 시작해 특유의 신맛의 힌트가 있는 심부, 오크나 검은 체리, 커피를 떠올리게 만드는 무스와 크럼블이 뒤섞인다. 과일의 신맛도, 크림의 고소함도 기억 속에서 압도해버리는 초콜릿만의 매력을 적절하게 풀어낸다.
초콜릿 타르트는 특이하게도 굉장히 점성이 높게 만들어낸 반면, 타르트지는 필요 최소한도로 구워 거의 맛에 개입하지 않는다. 작은 케이크, 그리고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케이크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잘 만든 블렌디드 커버춰와 같은, 개성보다는 초콜릿의 완성도를 자신 있게 드러내는 타르트. 마지막에 다다를 즈음 약간 지루하다면 위스키나 럼을 곁들이는 것으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복잡하게 설명할 이유 없이, '유'에서는 세 가지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디저트에 초콜릿을 써야 하는 이유. 특유의 어두운 맛이 단맛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도우며, 열대과일부터 약간의 발효 느낌의 신맛까지 광활한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둘은 술을 함께해야 하는 이유. 증류주가 가진 캐릭터는 초콜릿과 융화되어 초콜릿이 가진 매력을 강조하고, 또 스스로가 가진 매력을 더욱 거침없이 드러낸다. 셋은 '유'를 가야 하는 이유. 이 주방은 자신들이 가진 목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아, 하나 잊지 말자. 이곳의 증류주 옵션만큼이나 홍차의 선택지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