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유안 - 망고 사고
식사를 묶어 긴 글로 펴낼 의지를 잃은 가운데 역시 한 마디 얹을 일이 있다면 망고 사고였다. 일행들이 있는 식사에서 나만 디저트를 별도로 주문하는 실정이었는데, 망고 사고가 무엇인지에 대한 친절한 소개가 내 발목을 잡았다.
레스토랑에서 뻔한 딤섬 몇 종류를 낼 때는 특별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는다. 혹은 새삼스러운 사실의 확인일 뿐이다. 망고 포멜로 사고도 이런 뻔한 축에 속하는 요리가 아닌가. 그런데 서울에서는 일단 망고 사고가 무엇인지 상대방이 아예 모른다는 것을 가정하고 시작한다.
물론, 친절함은 언제나 즐거운 덕목이며, 여기는 홍콩-싱가폴-상하이와 같은 국제적 대도시들과는 달리 중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사는 서울이므로 레이 가든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 요리를 굳이 잘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존재마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알 길이 없기에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좌절스러웠다. 서울에서 칸톤 요리를, 혹은 홍콩같은 도시를 파는 식당 메뉴를 전부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 흔한 디저트가 존재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흔한 메뉴가 없다고 해서 또 잘못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햄버거 가게에 밀크셰이크가 없더라도, 한국식 중식당에서 짜장면이 없더라도 좋은 식당일 수 있다. 그러나 인구 천만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유수의 중화권 대도시는 다 깔아놓은 도시에서 이 흔한 디저트 하나를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면? 심지어 여름에는 모든 호텔들이 망고를 어떻게든 아름답게 깎는게 주로 하는 일인데도.
그런 상황에서 이 <망고 사고>의 맛이 어쩌니 저쩌니 글로 뜯어보는 것만큼 무용한 일이 있을까. 애초에 이 요리의 제대로 된 이름은 Chilled Mango Sago Cream with Pomello인데, 포멜로는 존재하지도 않고 망고에 대해서는 품질을 제대로 논할 수 없다. 여느 호텔부터 카페들까지 망고 빙수가 불쾌할 정도로 들썩이는 가운데 레스토랑의 요리로서 망고 디저트에게는 여전히 이 도시가 좁아 보이기만 한다. 제비집 따위를 쓰는 디저트야 재료가 낯설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망고와 자몽, 타피오카라는 매우 익숙한 재료들로 구성된 디저트마저 파는 곳이 없어서 가타부타 논할 수 없는 실정이라니 참으로 인생이 불행했다. 뜨뜻미지근하게 나오는 종류들부터 이것까지 광동 요리의 디저트들은 거리의 전문점 따위에서 찾아보기가 성질상 어렵기에 레스토랑에서 존재할 이유가 더욱 큰데, 이 레스토랑마저 사실 그나마 나가는 디저트는 서양식이다. 과연 언젠가는 서울의 여러 중식 레스토랑들의 디저트를 두고 평가를 하니 마니 하는 날이 올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 그렇다고 하여 통조림 젤리나 떠다니는 상태로 내는 경우를 두고 있어서 다행입네 같은 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