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国料理の世界史, 慶應義塾大学出版会, 2021

결국 이 판도라의 상자의 거의 전부를 여는데 성공했다. 종이책으로 시작해서 방대한 인용에 지친 나머지 하이퍼링크가 있는 E북으로 보기 위해 팔자에 없는 일본 서점에까지 가입하는 고생 끝에 이 방대한 책을 드디어 대충이나마 끝냈다.

츠지에서 매년 수상하는 츠지 시즈오 식문화상 수상의 영예에 빛나는 이 책은 젊고 패기있는 한 사람의 동양사학자의 손에서 나온 역작 중의 역작이다. 게이오대의 岩間 一弘 교수는 중국사 전공이면서 일본어로만 페이퍼를 내는 탓에 솔직히 한국에 있고 끽해야 서양 언어에 발을 걸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500페이지가 넘는 뭉툭한, 하지만 좀 작은 책의 제목 "중국요리의 세계사"라는 글자가 나를 도발했다. 일본에서 중국요리의, 그것도 세계사를 다루느냐. 도대체 어떤 작자가 그런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한단 말인가.

작년 겨울 즈음에 만지기 시작한 책이니 반 년이 넘게 걸렸다, 바쁘고 귀찮아서도 있지만 책이 펼쳐내는 사실들이 하나하나 너무나 흥미로워 교차검증하느라 진도를 빼지 못한 탓이 크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책의 가장 앞부분에 등장하는 동파육에 대한 가설 검증이다. 흔히 동파육은 소동파가 만든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소동파가 실제로 광동 음식을 개발하거나 좋아하기는 커녕, 소동파라는 인물이 있을 시절에는 중국 요리의 구분이 현대와 같지 않았으며 소동파는 오히려 귀양지의 음식을 비판하거나 아내가 귀양지의 음식을 먹고 병으로 죽는 등 고초를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소동파와 동파육의 연관성을 의심한다. 소동파에 관한 문헌에서 동파육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자, 명대로 건너가 명대에서 동파육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점을 지적하며 동파육 소동파 기원설을 반박한다. 명청대 동파육은 일관되게 높으신 분들의 연회나 선물용 음식으로 소비되었음이 문헌에 등장하며, 청빈한 소동파의 아름다운 에피소드는 이러한 고관대작들의 유희를 빛내기 위한 거짓임에 불과함이 탄로난다. 흔히 통용되는 식재광주(食在廣州)나 8대 요리의 구분법의 기원이 근현대에 들어서야 등장함을 지적하며 현대 중국 본토요리의 성립 과정을 다시 정립한다. 국공내전을 끝으로 재정립되기 시작한 50년대, 문화대혁명과 '상하이 게' 사건까지의 암흑기, 이후 공산당의 요리사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국영 호텔 중심으로 교육되는 중국 요리사 양성사의 정리는 이 책보다 정확하면서도 충분히 상세한 문헌을 본 적이 없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요리의 철인'의 사이교쿠훈(崔玉芬) 셰프를 필두로 한 일본의 중국 요리사들의 영향, 조주식 요리가 범 칸톤 요리-상하이 요리에 편입된 시기(등소평 시기 직후)라던지 칸톤 요리와 상하이 요리의 분화 등 요리의 변화 자체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문헌을 저자 본인이 전부 검증하지는 않는다. 당장 명나라대 동파육에 관한 문헌은 대만 연구를 인용한 것이다.[1] 이외에도 영문, 중국어, 일본어 등을 가리지 않고 방대한 문헌 인용을 통해 내용을 충분히 검증하고 있으며, 놀라운 점은 한국어 문헌 역시 적지 않게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요리의 세계사인 만큼 한국의 중국 요리도 별도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인데 저자의 자료 탐색 능력이 가히 한국인 연구자들보다도 뒤쳐지지 않는다. 근래 반중 정서에 힘입어 한국에서는 화교 이야기도 못 꺼내는 실정이지만 저자는 순수히 학문적인 시각에서 일본과 유사한 한국의 화교 요리 정착 배경, 그리고 일본과 달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박정희의 화교 탄압정책, 대표적으로 아서원 사건)까지 언급하고 있으니 저자의 중국요리사 사랑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각주까지 600~700쪽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버릴 곳이 하나도 없다. 쿵파오 치킨의 현대적인 모습을 고안한 伍鈺盛를 필두로 하여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중국 요리의 현대사를 사회주의 체제 내의 거시적 관점부터 인물론까지 두루 살펴볼 수도 있고, 말레이시아나 서양, 한국까지 세계로 퍼져나간 중국 요리가 각각 정착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기에도 좋다. 단점은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일본어의 세로쓰기, 그리고 애초에 일본어라는 점. 하지만 연약한 언어 능력이라도 되는 사람이라면 필독서이다.


  1. 巫仁恕. (2018). 東坡肉的形成與流衍初探. Journal of Chinese Dietary Culture, 14, 13-56. ↩︎